도쿄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현금을 거의 쓰지 않았다. 환전소에 들르지도 않았고 ATM에서 엔화를 뽑지도 않았다. 밥값이든 쇼핑이든 전부 카드로 긁었으니,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 일주일이 명세서 한 장에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돌아와서 그 명세서를 다시 열어봤다. 카드로 나간 돈이 238만원이었는데, 그중 얼마를 돌려받았는지 항목별로 따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 전에는 적립률만 들여다봤는데, 정작 끝나고 계산해보니 순서가 전혀 달랐다. 아래 금액은 그때 명세서를 정리한 것이다.
아래는 2026년 1월 도쿄 여행의 실제 명세서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카드 혜택과 환율은 수시로 바뀌니 본인 조건으로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나는 재무 전문가가 아니다.
일주일 동안 쓴 돈
카드별로 나간 금액을 정리하면 이렇다.
| 카드 | 금액 |
|---|---|
| 신한 메리어트 본보이 | 1,701,407원 (숙박비 812,520원 포함) |
| 롯데 다이아몬드 | 677,738원 (71,201엔, 일부 구간) |
| 합계 | 약 238만원 |
숙박비를 빼면 157만원 정도인데 대부분 쇼핑이다. 고템바 아울렛에서만 50만원 넘게 나갔으니 사실상 쇼핑 여행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명세서를 훑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인다. 일주일을 머물렀는데 식비로 잡히는 결제가 몇 건 없다. 이유는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숙박비: 명세서에 남은 32만원
목시 도쿄 긴시초 4박이 812,520원 나갔다. 이 금액을 그날 환율 9.494원으로 나누면 85,576엔인데, 최저가 보상을 받아 조정된 뒤의 요금이 그대로 청구된 것이다. 원래 요금은 119,091엔이었으니 33,515엔, 우리 돈으로 32만원쯤을 깎은 셈이다. 조정 전후 화면은 아래에 붙여둔다.


신청서를 쓰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서드파티 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을 찾아 캡처하고 양식에 옮겨 적은 게 전부다.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호텔 최저가 보상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뒀다.
여기에 5박 중 1박은 메리어트 무료 숙박권으로 채웠다. 실제로 돈을 낸 건 4박뿐이라는 뜻이다. 숙박권 값어치를 20만원쯤으로 잡으면 숙박비에서만 50만원 넘게 덜어낸 셈이 된다.
식비가 적었던 이유
목시에 묵는 동안 저녁은 대부분 호텔에서 해결했고 아침도 몇 번 그렇게 먹었다. 메리어트 플래티넘 등급에 딸려 오는 식음료 크레딧 덕분이다.
목시는 무료 조식을 주지 않는 브랜드라 엘리트 회원에게 조식 대신 크레딧이 나간다. 규정상 1박에 회원 본인 몫으로 10달러, 같은 객실을 쓰는 동반 투숙객 한 명에게 10달러가 더 붙는데, 일본에서는 1인당 1,500엔으로 적용됐다. 5박이면 15,000엔, 우리 돈으로 14만원 정도다.
쓰다 보니 알게 된 것도 있다. 규정상 그날 쓰지 않은 크레딧은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는다. 하루 10달러를 안 썼다고 이튿날 20달러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내가 묵은 호텔은 그날 발행된 크레딧이 다음 날 자정까지 유효하게 운영됐다. 그래서 저녁에 조금 아껴뒀다가 이튿날 아침과 저녁을 한꺼번에 해결한 날도 있었다. 이건 공식 규정이 아니라 그 호텔의 운영 방식이니 다른 곳에서는 다를 수 있다. 체크인할 때 물어보면 된다.
하나 더. 호텔에 레스토랑이 없거나 제3자가 운영하는 경우에는 크레딧 대신 숙박당 500포인트가 지급된다. 이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크레딧을 기대한다면 예약 전에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중요한 건 이 등급을 준 카드가 신한 메리어트 본보이였다는 점이다. 연회비 26만원짜리 카드가 한 번의 여행에서 식비로만 14만원을 덮은 셈이다. 어떤 카드가 어떤 등급을 주는지는 카드로 호텔 등급 다는 법에서 다뤘다.
정작 쓰려던 카드는 긁히지 않았다
여행 전에 나는 현대 아멕스 플래티넘만 쓸 생각이었다. 이 카드는 해외 가맹점에서 1,000원당 3MR을 적립해주는데, MR을 국내 바우처로 쓰면 1점에 10원쯤이니 기본만 따져도 3% 상당이고, 델타나 힐튼으로 잘 전환하면 1점이 25~30원까지 올라간다. 그렇게까지 쓰면 최대 9% 상당인 셈이다. 숫자만 보면 다른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결제가 계속 실패했다. 아멕스를 안 받아서가 아니라 내 카드가 메탈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아멕스 플래티넘은 메탈 플레이트가 기본으로 나온다. 묵직하고 보기에도 좋은데, 알고 보니 결제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물건이었다. 메탈 플레이트는 IC칩 인식 오류를 고질적으로 안고 있고, 오류가 나면 마그네틱으로 시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스가 생기면서 마그네틱마저 안 읽히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일부 ATM이나 해외 카드 리더기에서는 아예 쓸 수 없다는 안내도 이미 나와 있었다. 한 기자가 직접 발급받아 국내에서 시험해봤더니 열 곳 중 한 곳 정도에서만 결제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
카드사 쪽 입장은 다르다. 메탈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카드에서도 생길 수 있는 수준이고 제작 규격에 맞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메탈 카드를 받을 때 함께 오는 안내문에 일부 ATM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으니, 결국 나는 알려진 지뢰를 밟은 셈이었다.
해결책은 허무할 만큼 간단했다. 현대카드는 기본 플라스틱 플레이트와 메탈 플레이트를 두 장 다 갖고 병행해서 쓸 수 있게 해준다. 해외에 나갈 때는 플라스틱을 챙겼으면 그만이었다. 컨택리스 결제가 되는 단말기라면 메탈도 문제없지만, 일본은 아직 카드를 꽂거나 긁는 단말기가 많아서 컨택리스만 믿고 갈 곳은 아니다.
결국 결제는 신한 본보이와 롯데 다이아몬드로 나뉘어 들어갔다.
그래서 얼마를 손해 봤나
아멕스로 238만원을 전부 긁었다면 7,140MR 정도가 쌓였을 것이다. MR을 잘 전환했을 때 기준으로 환산하면 21만원쯤 된다.
물론 신한과 롯데에서도 적립은 됐으니 실제 손해는 이보다 작다. 오래된 건이라 그 기간에 얼마가 쌓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니 21만원은 손해의 상한선으로 보면 된다.
적은 돈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 본 숫자들과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항목별로 세워보면
여행 하나에서 돌려받은 것들을 크기순으로 놓으면 이렇다.
| 항목 | 금액 | 얻는 데 필요한 것 |
|---|---|---|
| 최저가 보상 요금 조정 | 약 32만원 | 신청서 한 장 |
| 카드 적립 (아멕스 기준 최대) | 약 21만원 | 238만원 결제 |
| 무료 숙박권 1박 | 약 20만원 | 카드 연회비 |
| 등급 식음료 크레딧 | 약 14만원 | 카드 연회비 |
금액만 보면 카드 적립이 두 번째지만, 그걸 받으려면 238만원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나머지 셋은 돈을 얼마나 쓰든 상관없이 확보되는 몫이다. 20분짜리 신청서 한 장이 일주일치 결제액 전체보다 큰 값을 냈다는 뜻이다.
여행 전에 내가 들여다본 건 이 표에서 두 번째 줄 하나뿐이었다.
덧붙여: 같은 날 결제인데 환율이 달랐다
롯데 카드는 결제 내역에 엔화 원금이 원화와 함께 표시된다. 그래서 건마다 적용된 환율을 역산해볼 수 있었는데, 계산해보니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 가맹점 | 결제 시각 | 적용 환율 |
|---|---|---|
| 고템바 프리미엄 아울렛 | 1/7 14:48 | 9.5594 |
| 후도바자고템바 | 1/7 13:18 | 9.5571 |
| 고템바 아울렛 | 1/7 17:30 | 9.4942 |
| 스기다마 긴시초 | 1/6 19:21 | 9.4958 |
같은 날 같은 아울렛에서 긁었는데 환율이 0.69% 차이가 난다. 심지어 더 늦게 결제한 쪽이 유리하게 잡혔다.
해외 카드 결제는 내가 긁은 날이 아니라 가맹점이 매입을 넘긴 날의 환율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가맹점마다 매입을 올리는 시점이 다르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긴다. 238만원에 0.69%면 1만 6천원쯤 되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수수료 0원을 내세우는 이야기들에는 잘 나오지 않는 변수다.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정리하면
여행 전에 카드를 고를 때 나는 적립률만 봤다. 미리 비교할 수 있는 숫자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녀와서 명세서를 뜯어보니 실제로 돈을 아껴준 순서는 이랬다.
가장 컸던 건 예약할 때 쓴 신청서 한 장이었고, 그다음이 묵는 동안 등급이 덮어준 식비였다. 카드 적립은 세 번째쯤이었는데, 그마저도 정작 쓰려던 카드가 물리적으로 긁히지 않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여행에는 순서를 바꿔 준비하려 한다. 예약을 확정하면 24시간 안에 최저가 보상부터 신청하고, 묵을 호텔이 등급 혜택을 어떻게 주는지 미리 확인하고, 카드는 적립률보다 먼저 제대로 긁히는지를 챙길 생각이다. 플라스틱 플레이트를 챙기는 건 물론이고, 비자나 마스터 한 장쯤은 예비로 넣어두려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에서 현금 없이 카드만으로 다닐 수 있나?
도쿄 도심이라면 대체로 가능하다. 나는 일주일 동안 환전도 ATM 출금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규모 식당이나 신사, 자판기처럼 현금만 받는 곳이 남아 있으니 비상용으로 얼마쯤은 챙겨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Q. 메탈카드는 해외에서 못 쓰나?
못 쓴다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IC칩 인식 오류가 고질적이고 일부 ATM이나 해외 리더기에서는 아예 안 된다. 현대카드는 플라스틱 플레이트를 함께 갖고 병행해서 쓸 수 있으니 해외에 나갈 때는 플라스틱을 챙기는 편이 안전하다.
Q. 트래블카드를 쓰는 게 낫지 않나?
트래블카드는 환전 수수료가 0%지만 적립도 0%다. 손해를 안 볼 뿐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적립률이 높은 신용카드는 해외 수수료를 내는 대신 적립이 그보다 크면 순이득이 난다. 다만 이번에 확인했듯 그 차이보다 요금 조정과 등급 혜택이 훨씬 컸다.
Q. 등급 식음료 크레딧은 어느 호텔에서나 주나?
아니다. 조식을 제공하는 브랜드에서는 조식으로, 목시처럼 조식이 없는 브랜드에서는 크레딧으로 나간다. 호텔에 레스토랑이 없거나 제3자가 운영하는 경우에는 크레딧 대신 숙박당 500포인트가 지급된다.
Q. 크레딧은 안 쓰면 쌓이나?
쌓이지 않는다. 규정상 그날 쓰지 않은 크레딧은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는다. 다만 호텔마다 유효 시간을 다르게 운영하는 경우가 있으니 체크인할 때 확인해두면 좋다.